다변화 시대에 '단일 브랜드' 역발상 대박…코스트코의 커클랜드 [이지현의 브랜드톡]

입력 2022-02-07 06:01   수정 2022-02-07 06:5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건전지 기저귀 세탁세제 단백질바 그릭요거트 골프채…. 이들 상품을 모두 판매하는 단일 브랜드가 있다. 코스트코의 커클랜드 시그니처다.

코스트코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커클랜드는 미 최대 소비재 브랜드다. 초콜릿으로 유명한 허쉬, 시리얼 브랜드 캘로그 매출을 뛰어 넘었다. 커클랜드는 '역발상 전략'으로 탄생했다. 제품군별 개별 브랜드를 마케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단일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지난해 커클랜드 매출, 70조원 육박
CNN비지니스에 따르면 코스트코가 지난해 커클랜드 브랜드 상품을 통해 올린 매출은 580억달러(69조6000억원)에 이른다. 코스트코 브랜드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코스트코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커클랜드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5년이다. 이전엔 코스트코도 30여개의 자체브랜드(PB)를 갖고 있었다. 탄산음료 브랜드 '심플리소다', 화장지 브랜드 '첼시', 와인 브랜드 '발란트레', 세제 브랜드 '클라웃', 동물사료 브랜드 '누트라 너겟츠' 등이다. 이들은 모두 코스트코에서만 판매되던 PB다.

당시 코스트코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제임스 시네갈은 PB 상품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PB 상품이 '질 나쁜 제품'으로 인식되던 미국과 달리 영국 캐나다 등에선 고품질 PB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유명 브랜드 제품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도 PB 상품 개발에 집중한 계기가 됐다.

PB 개발에 나섰지만 코스트코가 진출한 국가와 판매하는 제품군에 따라 모두 다른 브랜드 이름을 짓기 위해선 상표권 확보 등을 위해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유명 브랜드 제품보다 15~20% 저렴하고 품질 좋은 자체 PB를 만들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해야 했다. 단일 브랜드 전략을 택한 이유다.

단일 브랜드를 육성하기로 결심한 시네갈은 직원을 대상으로 브랜드 이름을 공모했다. 본사가 있던 시애틀의 위성도시인 '커클랜드'를 본 딴 커클랜드 시그니처가 직원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받았다. '시애틀 시그니처'도 후보군에 있었지만 상표화하기 어려웠다.

이후 코스트코는 본사를 이사콰로 옮겼다. 하지만 '커클랜드 시그니처'는 바꾸지 않았다. 커클랜드가 코스트코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은 배경이다.
코스트코 만큼 유명해진 커클랜드
커클랜드 브랜드가 탄생한 지 20년 넘게 지났지만 코스트코는 제품군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엔 탄산수에 알코올을 섞은 하드셀처, 로제와인 등을 잇따라 출시했다. 올해에는 콜리플라워피자, 조리용 팬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커클랜드 브랜드는 코스트코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였다. 이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코스트코 회원들이 매년 60~120달러씩 연회비를 내며 멤버십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값 싸고 품질 좋은 커클랜드 브랜드가 코스트코의 매장 이미지를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크리스토퍼 더럼 미 소매브랜드협회 회장은 "커클랜드는 코스트코를 대표하는 브랜드"라며 "이 브랜드가 곧 코스트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PB브랜드를 내세우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코스트코가 커클랜드를 단일 PB로 내세우면서 브랜드 일관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일 브랜드 전략을 통해 코스트코는 포장 비용도 아낄 수 있었다. PB상품을 공급하는 생산업체에 대한 구매력도 강화했다. 더럼 회장은 "커클랜드는 사람들이 코스트코에서 쇼핑하는 차별화된 이유가 됐다"고 평가했다.
단일 브랜드 전략, 리스크 크다는 단점도
일각에선 코스트코처럼 단일 브랜드 전략을 고수하는 게 위험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커클랜드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해 소비자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코스트코의 실적이 바로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어서다. 사소한 실수로 수십년간 쌓은 고객 충성도가 단숨에 날아가는 일을 막기 위해선 제품 관리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유통업계에서 PB 상품을 확대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단일 PB 제도를 운영하는 대형 유통업체가 많지 않은 이유다.

유통공룡 아마존은 400개 넘는 PB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마트도 12개 넘는 PB를 갖고 있다. 유통업체 타깃도 수십개의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미 종합유통체인인 크로거는 프리미엄브랜드인 프라이빗셀렉션, 중간 브랜드인 크로거, 가격중심 브랜드인 빅K, 헤리티지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유기농 브랜드인 심플트루스 제품도 생산한다.

유통업체들이 PB 상품을 판매하면 유명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 브랜드 광고비도 절약할 수 있어 PB 상품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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